느리게 더 깊게

내가 미국 출장을 갈 때였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비행기가 활주로에 완전히 나가서 더이상 인터넷을 할 수 없을 때까지 나는 분주하게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바쁘고 중요한 것이 없었던것 같은데 나는 왜 자꾸만 닫혀있는 스크린의 빛을 밝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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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좌석 앞 조금 옆으로 외국계 여성 한명이 앉아 있었다. 두툼한 백팩을 다리 밑에 놓고 있었는데, 가방에서 iPod 을 꺼내었다. ‘아직도 iPod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기내는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여성은 은은한 독서등을 켜더니 이래저래 만지작거려 부드럽거나 약간은 낡은 몰스킨을 꺼내어 펼쳤다. 몇가지 색 펜을 꺼내어 들고 몰스킨 페이지에 빼곡히 글을 적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10시간이 넘게 비행하는 동안 잠깐씩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고 책을 꺼내 읽거나 다시 노트에 글을 적었다.

스마트 폰은 편리하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생각하는 시간을 전혀 가질 수 없게 만드는 바보 같은 기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상상을 할 수 있고, 글을 적으면 생각을 할 수 있다. 노래를 듣거나(화면이 없는 미디어기계로) 눈을 감으면 사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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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우리는 스마트 폰을 사용하면서 빠르게 정보를 얻는다. 여러가지 정보를 손가락 몇번만 움직이면 빠르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여행을 할 때, 여행지에 대한 상상과 계획을 생각하기 보다 우리는 빠르게 길을 알기를 원하고 무엇을 먹을지 생각과 동시에 검색을 해서 사람의 반응을 보고 판단한다. 이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블로그를 보고 가기도 전에 모든 것을 다 알아낸다.

예전에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다투면 슬픈 노래를 들으며 눈물도 흘리고 내가 왜 그랬을까? 친구의 마음은 괜찮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요즘은 각자 돌아서서 스마트 폰을 켜고 언짢은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 Youtube 나 Netflix 에서 영상을 보며 다툼의 이유도 잊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기분이 풀리면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시간을, 사건을 망각해버린다.

나는 이번 미국 출장에서 가장 뜻 깊게 느끼고 온 것은 바로 더 느리게,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검색부터 하는 습관을 버리고 싶어졌다. 스마트 폰에 의존하게 된 이 무능한 뇌에게 다시 생각을 하고 차가워진 가슴에 온기를 불어주고 싶었다.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책을 읽자. 사색을 하고 노래를 듣자. (서랍속에서 낡은 iPod을 다시 꺼내어서) 신문을 읽고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 너무 빠르게 하려고만 하지 말고 천천히 원인과 결과를 상상해보자.

느리게 더 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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